식사를 마치고 약국으로 가 엽산을 샀다. 미리 먹었어야 했는데, 계획하지 않은 임신인 탓에 준비하지 못한 것이 못내 걱정스러웠다. 진열대 위 수많은 영양제 중 성분과 함량을 꼼꼼히 따져 한 병을 골라 값을 치른 후 물과 함께 꿀떡 삼키며 생각했다. 긴 인생, 조금 늦고 이르고가 뭐가 그리 중요하겠냐고. 누가 또 아나, 아이 덕에 더 젊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게 될지. 그래, 한번 해보기로 결심했다. 닥치지 않은 미래의 일까지 미리 걱정하지 말기로. 우리 가족에게 뒤늦게 합류한 이 아이와 함께할 행복만 생각하기로. 긴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_21-22쪽
임신을 준비한다면 임신 후 태아의 건강과 산모의 건강을 위해 영양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특히 임신을 하면 태아에게 공급하기 위해 혈액량 이 45%가량 늘어나는데 혈액을 만들 때 필요한 단백질, 철분, 엽산과 같은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엽산은 비타민 B의 일종(vit B9)으로 수용성 비타민입니다. 세포와 혈액 생성에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임신 초기 태아의 신경관 결손이라는 중증 기형을 예방하는 필수적인 영양소입니다. 엽산은 임신 전 최소 3개월 전부 터 임신 15~20주까지 복용해야 합니다. 또한 엽산은 건강한 정자 생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임신 준비 기간부터 부부가 함께 먹는 것이 좋습니다. _26쪽
늙는 건 비단 피부만이 아니다. 난소도 나이가 든다. 재미있는 건 난소 나이가 반드시 생물학적 나이와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예컨대 실제 나이는 30세지만 난소 나이는 40세일 수도 있다. 난소 나이가 왜 중요한가. 난소 나이가 곧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결혼을 했더라도 당장 계획은 없지만 차후 아이를 낳을 예정이라면 미리 난소 나이를 체크하고 난자를 냉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_28-29쪽
임신 10주쯤 실시하는 선별검사에서 태아의 목 두께가 일정한 범위보다 두꺼우면 다운증후군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추가 검사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산모의 나이가 많으면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정확한 결과를 위해 또 다른 검사를 받는다. 만 40세인 나는 고령 산모군에 속하므로 태아의 목 두께 결과와 관계없이 추가 검사를 했는데 비침습적 방법 중 하나인 NIPT를 받았다. 이는 모체 혈액 속에 있는 태아 DNA를 검출해 염색체 이상을 발견하는 방법으로 다운증후군 여부를 90% 이상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_48-49쪽
다운증후군은 신생아 800~1000명당 1명 꼴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염색체 이상입니다. 보통 임산부의 나이가 다운증후군의 확률을 예측하는 기준이 되는데요, 통계를 보면 20세 임산부의 다운증후군 위험도는 1000명당 1명 꼴인데 비해 30세가 되면 그 위험도는 1.7배, 35세에는 4.2배, 40세에는 15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분만 시 산모의 나이가 만으로 35세 이상이면 임신 15~16주에 양수검사를 권고합니다. _52쪽
두 시간마다 가슴을 다 풀어헤치고 양쪽 유두에 깔때기를 꽂은 채 젖을 짜내고 있노라면 요샛말로 현타가 왔다. 아직 불룩한 배와 한껏 솟은 가슴을 내어놓고 젖병에 차오르는 하얀 액체를 보고 있노라면 도무지 젖소인지 사람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더 웃긴 건 남편 앞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가슴을 드러낸 채 젖을 짜내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부끄러움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오늘은 우유가 얼마나 찰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_124쪽
『삐뽀삐뽀 소아과』의 저자이자 소아과 전문의 하정훈 선생님은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 아이의 지능이 떨어지는 것은 언어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이웃 간의 모임 등이 줄어들면서 아이들이 어른들의 일상 대화에 노출되지 못해 언어중추 발달이 저하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가정과 이웃,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대화를 듣는 것으로 화용언어(상대방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 능력을 키울 수 있는데, 이는 공부하는 두뇌 발달과 직접적 관련이 있어 더욱 중요하다. 화용언어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일방적 언어자극이나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어른들의 일상 대화에 최소 하루 여섯 시간 이상 노출됐을 때 발달된다고 한다. _129쪽
혹시 아이가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발달이 늦어 고민하고 있다면 이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전문가에 따르면 자폐는 부모의 양육 방법으로 인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보통 75% 내외에서 지적장애를 동반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진행하면 타인의 도움 없이도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된다고 한다. 그러니 걱정만 하기보다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조기에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_152쪽
책 읽기는 엄마의 노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미국에서 유치원 아이들과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읽는 책은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무조건 쉬운 책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미국 아이들도 쉬운 책을 읽는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한글을 반드시 함께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문해력이 떨어지면 영어 실력을 높이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어렵다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미디어를 통해 듣기 실력을 키울 것을 추천한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영상 콘텐츠라면 영어 버전으로 시작할 것을 권한다. 처음 습관을 들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영어 듣기 실력을 높이는 데는 엄청난 효과가 있다. 잘 들려야 말할 수 있고, 듣기는 말하기의 초석이 된다. _188쪽
분명 모성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에 따른 희생과 헌신 또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몸매를 자랑하며 요가를 즐기고 보모에게 아기를 맡긴 채 친구들과 브런치를 즐기는 인스타그램 속 엄마들은 가짜다. 자동차 등받이를 발로 차며 짜증을 내는 아이를 차 안에 둔 채 고속도로 갓길에서 내려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지르며 폭발하고, 밤마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일어나기를 수십 번 반복하는 〈툴리〉의 마를로(남편은 옆에서 꿀잠)야말로 진짜다. _220쪽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널을 뛰었다. 아기가 이뻐서 못 견디겠다가도 아이 때문에 주저앉은 것 같아 원망스러웠다. 출산으로 불어난 몸도 보기 싫었고 여기저기 아픈 몸도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내 생활은 하늘과 땅처럼 바뀌었는데, 일상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남편이 미웠다. 왜 나만 희생해야 하나, 억울했다. 이 무렵 우리 부부는 자주 다퉜다. 아마 남편도 답답했을 것이다. 셋째가 생긴 것은 그 역시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며 나에게 떨어진 육아의 부담 역시 그의 죄는 아니었다. _234쪽
독박 육아 중 개인 시간을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친구를 만나거나 영화를 본 게 도무지 언제인지 모르겠다. 그렇다 보니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 늘 고프다. 전화 영어 수업을 시작하며, 단 몇 분이라도 일주일에 두 번,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꽤 위안이 된다. _248쪽
양궁 선수들은 활을 쏠 때 일단 첫 화살을 당긴 후 어디에 맞혔는지 확인하고 다음 화살을 준비한다고 한다. 첫 번째 화살을 쏜 뒤 두 번째 활시위를 어디로 당길지 가늠하는 것이다. 화살을 나이로 치면 인간의 화살통에는 저마다 몇십 개의 화살이 담겨 있다. 첫 화살이 과녁에 제대로 꽂히지 않았다 해서 세 번째, 네 번째도 그러리란 법은 없다. 몇 번을 반복해 쏘다 보면 결국 한 번은 명중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_252쪽